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지질공원의 단면을 볼 수 있는 곳, 환상숲 곶자왈 공원.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북방한계식물과 한대남방한계식물이 공존하는 신비한 자연생태 공원.
환상숲 곶자왈 공원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로 '암괴들이 불규칙하게 널려있는 지대에 형성된 숲'이라는 뜻입니다. 곶은 숲, 자왈은 덩굴 이라고 하네요. 예전에는 경작지로 이용할 수 없어 버려졌던 땅이 지금은 자연생태의 보고가 된 것입니다. 이렇듯 곶자왈은 일반명사다 보니 이 공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코스, 비자림(D 지역)도 곶자왈지대죠. 제주에는 4곳의 곶자왈 지대가 있고 이곳, 환상숲 곶자왈 공원은 가장 큰 곶자왈 지대(A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환상숲 곶자왈 공원은 사유지입니다. 도너리 오름에서 분출해서 흘러내려온 용암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는데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땅을 개인이 매입하여 조성한 공원입니다. 이곳이 이렇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입구가 덩굴과 바위로 가로막혀있어서 사람이 드나들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환상숲 곶자왈 공원 주소 :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594-1 (저지리 2848-2) 운영 시간 : 09:00 - 18:00 (일요일 13:00 - 18:00) (동절기는 17:00까지) 문의 : 064-772-2488 (772-2488) 공식 채널 : https://hwansangforest.modoo.at/ 입장료 : 일반 5,000원 / 단체, 어린이 및 청소년 4,000원 / 제주도민 3,000원 *** 착한여행(도보/자전거/버스) 1,000원 할인 |
매 시 정각에 해설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해설료는 따로 없고요, 자유롭게 둘러보셔도 되고 해설을 들으며 따라다니셔도 됩니다. 해설프로그램은 40~50분가량 진행이 되고 개인적으로 산책을 한다면 20~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숲 해설 코스와 자유 산책 코스는 경로가 약간 다릅니다. 숲에 대해 알고 보는 것과 그냥 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고요, 해설사분이 스토리텔링을 아주 잘하시니 해설을 듣기를 적극 추천드립니다.
버스로 오는 분들은 아래 주소를 참고해주세요.
(https://hwansangforest.modoo.at/?link=djxgknia)
숲 해설을 기다리며
환상숲 곶자왈 공원은 기본적으로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자리가 남는 경우에는 현장 예매도 가능하지만 가급적 예매를 하고 가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희는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서 족욕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기다렸습니다. 마침 피곤하기도 했는데 쉬면서 체력도 조금 회복하고요. 여기는 1인 1 주문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커피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니라 자동머신이라 흑보리 미숫가루를 마셨는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음료 판매가 주목적이라기보다는 숲 해설을 기다리거나 족욕 전/후에 기다릴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공간인 듯합니다. 족욕과 숲 해설을 같이 신청한 경우에는 숲 해설을 마치고 자유산책 없이 바로 나오셔야 예약 시간에 늦지 않습니다.
시간에 맞춰 숲 입구의 해설 시작지점에서 기다리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 찾기 쉽습니다.
숲 해설 프로그램
해설은 숲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으로 시작됩니다. 제주의 곶자왈 지대, 이 공원을 조성하게 된 이유 등. 그리고 숲 속을 이동하면서 특정 지점에서 멈춰서 설명을 합니다. 최소한의 길만 닦아놓았기 때문에 좁으니 이동할 때 조심해서 질서 있게 따라다니면 됩니다.
이 식물의 이름은 '콩짜개덩굴'입니다. 콩을 쪼개놓은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곳 천지사방에 널려있는 식물입니다. 만져보라고 해서 만져봤더니 꽤 특이한 촉감이긴 했습니다. 비가 많이 오고 난 후에는 통통해진다고 하네요.
이 구덩이처럼 생긴 곳은 숨골입니다. 숨골은 숨골마다 다른 온도의 공기를 내뿜는데요, 이 숨골 덕분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고 합니다. 숲의 보온, 보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죠. 숲 해설 마지막 장소에서는 깊은 숨골에 내려가볼 수 있는데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공기가 서늘해지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갈등. 칡 葛, 등나무 藤입니다. 칡은 오른쪽으로, 등나무는 왼쪽으로 휘감아 오르며 자랍니다. 그래서 같은 곳에서 자라면 계속 엇갈리거나 부딪히죠. 그러나 하나가 죽으면 새로운 덩굴이 아래서부터 올라와서 새로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요. 그렇게 서로 이겼다 졌다를 반복한다고 합니다.
여기는 나무가 울창하지만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몇 해 전에 아주 커다란 나무가 쓰러지면서 하늘이 드러났다고 하네요. 물론 사람이 치우거나 하지 않고 자연 그래도 두었습니다. 이곳은 구릉처럼 약간 낮은 곳인데요, 바람이 심한 날에는 저곳에 들어가면 바람을 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동물들을 그런 식으로 대피시킨다고 하네요.
바로 옆에는 사람의 흔적이 있는데요, 김병만 족장이 코로나 때문에 해외로 못 나가던 시절에 촬영을 하고 간 곳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촬영이 끝나면 다 치우고 가는데 이곳은 그냥 두라고 요청해서 그대로 두고 갔다고 해요. 저는 치우고 원상복구 하는 것이 좋지 않나라고 생각하지만 저 정도는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요.
숲 해설을 마치면 바로 앞에 숨골이 있다고 들렀다 가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꽤 깊었는데요, 한 계단 씩 내려갈 때마다 기온이 내려가는 게 느껴져서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바닥까지 내려왔을 때는 냉장고에 들어온 줄 알았어요. 여름에 와도 춥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깊어서인지 대부분 그냥 지나치시던데 꼭 놓치지 말고 내려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원시 자연의 느낌 그대로의 숲, 교훈적인 숲 해설.
이곳에는 흙이 없습니다. 흙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죽어야만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땅입니다. 그래서 죽은 나무를 위해 슬퍼할 필요도 없고 살리거나 도우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인간이 자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인간의 손길이 최소한으로 닿은 아름다운 숲을 걸어볼 수 있는 좋은 곳입니다.
이번 제주 여행에서 5곳의 숲에 갔다 왔는데 여기가 가장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해설 덕분이죠. 환상숲 곶자왈 공원의 해설 프로그램을 꼭 시간 내어 들어보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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